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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MB정부, 진짜 '전쟁' 벌이려나 보다

falcon1999 2008. 12. 15. 16:59

정말 집요한 정부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속도 조절은 해도 주저앉지는 않는다.

반 년 전의 일을 들추고 있다. 지나간 일을 꺼내 징계하고 처벌하려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김이태 연구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11월 28일부터 12월 12일까지 내부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이번주 중으로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5월 23일 ‘아고라’에 글을 올려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고 양심선언한 것을 다시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경찰서가 탤런트 맹봉학 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 아버지로 출연했던 그를 처벌할 계획이다. 촛불시위가 벌어지던 7월18일 새벽 안국동 로터리 근처 대로변에서 연좌를 해 교통을 방해하고 ‘촛불다방’ 관계자를 연행하러 온 경찰 호송차를 몸으로 막은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왜 저러는가 싶다. 뭣하러 벌집을 쑤시는가 싶다. 반발을 부를 게 뻔해 보인다. 

김이태 연구원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부원장(당시 원장은 공석)이 김이태 연구원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뒤집는 것이다. 최근의 움직임은 당시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촛불이 사그러진 지금 일반인도 아니고 탤런트를 콕 찍어 처벌하려고 한다. 한참 전에 끝난 일을, 주동자도 아닌 일반 참가자를 끝까지 처벌하려 한다. 유모차 부대 수사 파문을 능가할 파장을 자초하는 것이다.

모를 리 없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상식’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밀어붙인다. 무소의 뿔을 곧추 세우고 내달리려 한다.

이유가 뭘까? 왜 논란을 자초하고 반발을 감수하려는 걸까?

대입하면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강행처리한 새해 예산안을 보면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전쟁모드로 밀어붙이려는 입법안을 보면 보인다. 김이태 연구원과 맹봉학 씨는 본보기다.

한 푼도 깎지 않았다. 4대강 정비사업 예산 7910억원을 한 푼도 깎지 않고 통과시켰다. 야당과 일부 삭감하기로 해놓고서는 슬그머니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불법행위 집단소송법’을 그대로 밀어붙이려 한다. ‘떼법’ 방지를 위해, ‘떼법’ 피해자 구제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임시국회에서 전쟁상황을 불사하고서라도 통과시키려 한다.

맞닿아 있다. 김이태 연구원 징계와 맹봉학 씨 처벌은 이 두 사안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김이태 연구원을 징계하면 입단속을 할 수 있다. 제2, 제3의 김이태 연구원이 ‘내부정보’를 양심선언하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그래야 차단할 수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을 대운하와 연결짓는 시도를 차단할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번주에 국토해양부와 ‘4대강 정비방안’에 대한 25억원짜리 연구용역을 체결할 계획이다.

맹봉학 씨를 처벌하면 경고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2, 제3의 맹봉학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누를 수 있다. 그래야 다질 수 있다. ‘불법행위 집단소송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일부 시민들은 연말을 맞아 ‘촛불’을 추억하기 위해 다시 ‘촛불’을 켜고 있다.

뒤탈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강경일변도, 일방통행식 조치가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은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야당은 무력하다. 야당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한나라당의 절반에 불과하다. 시민단체는 타격을 입었다. 촛불시위 주동자는 처벌받았고, 덩치 큰 시민단체는 다른 사안에 머리가 복잡하다. 국민은 눈 돌릴 틈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생계에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반발해도 어쩔 수 없다. 그냥 가야 한다. 지금을 놓치면 기회가 오지 않는다. 지금 밀어붙여야 MB입법의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고, MB입법을 달성해야 내년 한 해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고, 국정 드라이브에서 성과를 내야 내후년 지방선거가 레임덕의 서막이 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이제는 전쟁모드라고…. 

전쟁모드에선 물불을 안 가리는 법이다.

▲사진 = 김이태 한국건설연구원 연구원(위, '한겨레'에서 퍼옴)과 탤런트 맹봉학 씨(아래, '다음' 인물정보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