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200살 소나무 숭례문 복원위해… "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8.12.10 02:42
10일 벌채 시작 앞두고 개인 기증자들 성원 '큰 몫'
지름 60㎝이상도 15주… 선산 지키던 巨松까지 선뜻
숭례문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개월이 되는 날인 10일, 숭례문 복구에 사용될 소나무 벌채가 시작된다. 강원 삼척의 태조 이성계 5대조 묘인 준경묘에서 시작해 내년 2월까지 벌채가 이어진 뒤, 경복궁 내 부재보관소에서 1년 이상 건조 작업을 거쳐 2010년부터 3년간 진행될 복구에 사용되는 것이다.
서까래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작은 나무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큰 기둥이나 추녀에 사용되는 지름 45㎝, 높이 7.2m 이상의 특대재를 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때문에 당초 큰 소나무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소나무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다.
준경묘를 비롯한 국유림의 소나무 외에 개인 기증자들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개인 기증자들로부터 나온 것은 지름 40㎝ 이상의 소나무 167주. 화재로 훼손된 목재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 가운데는 지름이 60㎝ 이상인 소나무도 15주 포함돼있다.
12명의 소나무 기증자들은 대단한 재력가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누울 관을 만들려고 했던, 유일하게 가진 단 한 그루의 소나무를 내놓은 이도 있었다.
강원 영월의 신승배(60)씨다. 지름 66㎝의 소나무 한 주를 기증한 신씨는 "선산에 몇백년 된 질 좋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내놓았다"면서 "장에 가면서 그 그늘에서 쉬곤 하던 마을 사람들이 아깝다고 하는데, 내 한 몸을 누이는 데 쓰는 것보다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일부가 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신씨는 "요즘 농작물 값은 제대로 못받는데 자재값이 자꾸 올라 힘들다"면서도 "제 모습을 찾은 숭례문을 꼭 보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봉화의 권영규(73)씨는 지름 67㎝의 200년 넘은 소나무를 아들 덕희씨의 이름으로 기증했다. 오랜 시간 비료를 주고 다듬으며 애지중지 키워온 소중한 나무였다. 그는 "내 비록 촌놈이지만, 손자 손녀들이 나중에 숭례문을 보고 할아버지를 떠올린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송능권(63)씨는 길이 3m, 지름 30㎝의 제재목 425개를 기증했다. 한국전력에서 정년퇴임한 송씨는 현장 공사를 할 때도 소나무 가지를 다치지 않도록 하느라 시말서를 쓰기도 했을 만큼 소나무 사랑이 지극하다.
그저 시원하게 뻗어올라간 소나무를 보면 마음이 후련하다고 한다. 그는 2000년 안면도에서 매각하는 소나무 425주를 매입, 껍질을 벗기고 건조시키는 작업을 거쳐 지금껏 보관해왔다.
전통 한옥을 짓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월이 가면 색이 불그스레해지는 안면도 홍송은 수명이 길고 단단한 최고의 소나무"라면서 "내가 나무를 내놓는 만큼 그만큼 나무가 덜 베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강원 강릉의 김명균, 김성완, 김돈희씨, 강원 평창의 원미희씨, 충남 보령의 이준구씨, 충남 서천의 김찬규씨, 경북 영덕의 김병규, 권동충씨, 서울남산공원사무소가 소나무를 기증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민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모여서 이뤄지는 작업이기에 숭례문 복원의 의미가 더욱 크고 값지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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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60㎝이상도 15주… 선산 지키던 巨松까지 선뜻
숭례문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개월이 되는 날인 10일, 숭례문 복구에 사용될 소나무 벌채가 시작된다. 강원 삼척의 태조 이성계 5대조 묘인 준경묘에서 시작해 내년 2월까지 벌채가 이어진 뒤, 경복궁 내 부재보관소에서 1년 이상 건조 작업을 거쳐 2010년부터 3년간 진행될 복구에 사용되는 것이다.
서까래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작은 나무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큰 기둥이나 추녀에 사용되는 지름 45㎝, 높이 7.2m 이상의 특대재를 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때문에 당초 큰 소나무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소나무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다.
준경묘를 비롯한 국유림의 소나무 외에 개인 기증자들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개인 기증자들로부터 나온 것은 지름 40㎝ 이상의 소나무 167주. 화재로 훼손된 목재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 가운데는 지름이 60㎝ 이상인 소나무도 15주 포함돼있다.
12명의 소나무 기증자들은 대단한 재력가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 누울 관을 만들려고 했던, 유일하게 가진 단 한 그루의 소나무를 내놓은 이도 있었다.
강원 영월의 신승배(60)씨다. 지름 66㎝의 소나무 한 주를 기증한 신씨는 "선산에 몇백년 된 질 좋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내놓았다"면서 "장에 가면서 그 그늘에서 쉬곤 하던 마을 사람들이 아깝다고 하는데, 내 한 몸을 누이는 데 쓰는 것보다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일부가 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신씨는 "요즘 농작물 값은 제대로 못받는데 자재값이 자꾸 올라 힘들다"면서도 "제 모습을 찾은 숭례문을 꼭 보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봉화의 권영규(73)씨는 지름 67㎝의 200년 넘은 소나무를 아들 덕희씨의 이름으로 기증했다. 오랜 시간 비료를 주고 다듬으며 애지중지 키워온 소중한 나무였다. 그는 "내 비록 촌놈이지만, 손자 손녀들이 나중에 숭례문을 보고 할아버지를 떠올린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송능권(63)씨는 길이 3m, 지름 30㎝의 제재목 425개를 기증했다. 한국전력에서 정년퇴임한 송씨는 현장 공사를 할 때도 소나무 가지를 다치지 않도록 하느라 시말서를 쓰기도 했을 만큼 소나무 사랑이 지극하다.
그저 시원하게 뻗어올라간 소나무를 보면 마음이 후련하다고 한다. 그는 2000년 안면도에서 매각하는 소나무 425주를 매입, 껍질을 벗기고 건조시키는 작업을 거쳐 지금껏 보관해왔다.
전통 한옥을 짓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월이 가면 색이 불그스레해지는 안면도 홍송은 수명이 길고 단단한 최고의 소나무"라면서 "내가 나무를 내놓는 만큼 그만큼 나무가 덜 베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강원 강릉의 김명균, 김성완, 김돈희씨, 강원 평창의 원미희씨, 충남 보령의 이준구씨, 충남 서천의 김찬규씨, 경북 영덕의 김병규, 권동충씨, 서울남산공원사무소가 소나무를 기증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민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모여서 이뤄지는 작업이기에 숭례문 복원의 의미가 더욱 크고 값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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