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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 |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일본과 경기를 앞두고 있었지만 특별히 더 긴장되거나 그러지 않았다. 다만 꼭 이겨야 한다는 각오는 그 어느때보다 단단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독도 문제나 광복절 이야기를 하며 각오를 다졌다. '질 수 없는 경기'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 싸움에서부터 이기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기 전 훈련때 (이)승엽이형이 5분 먼저 치기로 돼 있었다. 요즘 좀 안 맞는 만큼 스스로 한번이라도 더 치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때 일본 선수들이 모두 덕아웃 앞으로 모여들었다. 승엽이형을 포함해 우리가 치는 걸 보기 위해서였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유심히 우리를 살폈다. 오히려 일본 선수들이 긴장하는 듯 보였다.
승엽이형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갈 때마다 큼지막한 타구가 펜스 너머로 날아갔다. 지켜보던 일본 선수들에겐 긴장감이, 함께 바라보던 우리 가슴 속엔 자신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뻥뻥 날아가는 타구는 우리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줬다.
승엽이 형은 대단하다. 어제(15일) 캐나다전이 끝난 뒤에도 혼자 선수촌 앞 공터에서 스윙 훈련을 했다. 후배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요즘 잘 안 맞고 있지만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야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결국 이기게 돼 있는 거니까. 모두들 승엽이 형이 결국 정말 중요할때 해줄거라 믿고 있다.
어찌됐건 경기에 들어가면서도 우리의 자신감은 이어졌다. 물론 아라이가 홈런을 쳤을 땐 조금 주춤했다. (김)광현이가 정말 잘 던져주고 있었는데 우리 공격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호가 한방을 쳐준 덕에 짧게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결국 그런 자신감이 9회의 집중력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일본과 국가대항전에선 우리가 밀릴 것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성적도 그렇고. 미리 기죽어 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선배들(갑용,승엽,진만 등)도 쓸데없이 너무 좋아하거나 흥분하지 말라며 후배들을 진정시켜줬다. 9회 짜릿한 승부가 펼쳐졌음에도 덕아웃이 필요이상으로 들뜨지 않았던 이유다.
경기가 끝나고도 뛰어나가거나 하는 선수가 없었던 것도 선배들의 지시 때문이었다. 일본 이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선배들은 "일본 선수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를 꺾은 것도 아니니 담담하게 대처하자"고 했다. 100% 맞는 말이었다.
물론 4강 이후 승부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메달이 결정되는 승부니 말이다. 메달 따고 실컷 기뻐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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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우 (but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