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본 자전거 문화를 통해 나누고자 하는 생각을 여기에 내놓는다.
지난 5월 5일 동안 일본에 다녀왔다. 네덜란드 덴마크와 함께 세계에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인만큼, 호기심이 생겼다.
이미 각종 세미나와 그 땅에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 책을 통해 접하긴 했으나 직접 보니 역시 흥미로웠다.
자전거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주문처럼 외는 자전거 해법과 거꾸로인 경우도 많았다.
항상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교통을 늘리기 위한 해법이 나올 때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보기 좋은 것만 쏙 빼왔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물론 좋은 점만 취했다는 게 얼핏 듣기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 나라의 어떤 정책이나 문화는 모든 요소가 더해져서 나온 것이지, 한 요소만 좋아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태희의 눈, 한가인의 코, 이나영의 입술, 전지현의 머리카락을 더한다고 해서 최고 미인이 나오지 않듯이 말이다.

누리꾼 'BK'가 만든 연예인 합성사진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주문처럼 자전거 해법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은 자전거 해법에서 감초처럼 나오는 주문이다. 이 단어는 용어가 좀 모호한 면이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을 이야기하기 전 먼저 나오는 것은 인도를 뚝 잘라 만든 자전거 도로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인도를 반 뚝 잘라 만든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는 다르다는 게 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로에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차가 다니는 차도가 있다. 맥락을 봤을 때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차도에 길을 내달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자전거 전용차로'라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할 것이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확실히 자전거 타기가 편하다. 한강에 자전거 길을 낸 뒤 얼마나 자전거 이용인구가 많이 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과연 '자전거 전용차로'가 없어서 자전거 교통 인구가 적은 것인지, '자전거 전용차로'만 있으면 자전거 교통인구가 크게 늘 것인지는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능통치약으로 생각한다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인도 자전거 통행이 문제? 그렇다면 일본은...

우리는 인도 자전거 통행을 비판하지만 '자전거 선진국' 일본에선 인도에서 자전거를 탄다.
5일 동안 도쿄와 토야마 두 도시를 보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왜 '자전거 전용차로'도 없는데 왜 저렇게 자전거를 많이 탈까 하고 생각해봤다.
하루는 자전거를 빌려서 직접 도시를 다녀봤다. 자전거를 타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 '자전거 전용차로'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자전거 타기 어려운 환경을 바꾸는 데 '자전거 전용차로'가 필수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일본 도로는 큰 특징이 있다. 우선 차도 폭이 무척 좁다. 우리나라처럼 6차선 10차선 되는 도로를 보기 힘들었다. 2차선이나 4차선이 고작이었다. 대신 인도는 무척 넓었다. 2개 차선보다 조금 작은 도로를 반을 잘라 자전거와 사람이 나눠 탔다.
'자전거 전도사'로 알려진 전 국회의원 박찬석씨에 따르면 일본 차선 폭은 3-3.3m로 우리(3.5m)보다 좁다.

일본 자전거보행자도로
속도, 무게 측면에서 가장 힘이 강력한(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발언권이 가장 세기도 하다) 자동차가 양보해준(또는 국가가 양보를 강요한) 도로 나머지를 사람과 자전거가 나눠 쓴다. 여기에서 첫 번째 '배려와 균형'이 나타난다.
두 번째는 사람과 자전거의 공존이다. 여기서 보면 사람이 약자, 자전거가 강자다. 자전거가 사람을 배려하며 달려야 한다. 비록 며칠 동안이지만, 보행자겸용도로에서 자전거가 사람들을 위협하며 달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경음을 울리며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우리가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보행자겸용도로가 일본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이유다.
물론 일본은 보행자겸용도로에 공을 많이 들였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곳의 턱을 없애 자전거가 턱 때문에 속도를 줄이거나 걸려 넘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인도폭이 무척 넓어 자전거와 나눠 쓰도 큰 불편이 없다. 건널목엔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도록 표시를 해놓았다. 신호등에 자전거 표시를 해놓기도 했다.
이 정도 배려를 한다면 굳이 '자전거 전용차로'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자전거 도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차로 축소는 반대한다?


오랫동안 해외 자전거 정책을 연구해온 교통연구원 최진석 박사는 "유럽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로는 국가 재산이기 때문에 차있는 사람만 소유해선 안된다는 의식"이었다며 "3분의 1 정도는 차 없는 사람, 즉 대중교통을 위해 도로른 내주고 있고, 자전거도 대중교통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달 동안 일본에서 자전거여행을 하고 온 박세욱씨는 일본이 자전거 인프라가 잘 돼 있다는 인상을 못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BMW 운전자라도 빵빵거리지 않고 자전거를 기다려준다"면서 배려하는 문화가 일본을 자전거 교통 강국으로 만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도가 2005년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91%의 응답자가 녹색교통 전용도로가 생기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언론이나 사람들은 이 말에 비중을 두고 즉각 '녹색교통 전용도로를 건설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설문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딸려 있었다. 기존 도로를 줄여서 만드는 축소안에는 8.0%만 찬성했다. 도로가 100%라고 할 때 자전거와 보행자의 길이 넓어지기 위해선 가장 많은 땅을 갖고 있는 자동차의 비중 축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과연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자전거 전용차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나 아쉽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다.
* 다음에는 '자전거 헬멧'에 관해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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