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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빛 못본 빛나는 작품들 "아쉽네"

falcon1999 2008. 7. 1. 08:25
한국일보

빛 못본 빛나는 작품들 "아쉽네"

기사입력 2008-07-01 02:57 기사원문보기


상반기 관객이 놓친 베스트 5… 발랄·삐딱·분석·치유·고발 속 '진정성'

지난 상반기 극장가는 우울했다. 300만 관객 고지를 예사로 넘던 한국 영화들이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들면서 관객은 평년 수준에 채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어두움 속에서 대박의 폭죽은 터졌다. ‘웰 메이드’를 무기로 한 <추격자>와 <아이언 맨> 등에 장사진이 이뤄졌다. 하지만 냉엄한 시장의 법칙은 완성도 높은 작품도 쉬 외면했다. 영화평론가 5명이 자본의 논리에 밀리거나 관객들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된 박수조차 받지 못하고 퇴장한 수작들을 추천했다.

■ 한국영화 희망을 봤다-<경축! 우리사랑>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저예산 영화 <경축! 우리사랑>(감독 오점균)을 상반기 관객들이 놓친 수작으로 꼽았다.

<경축! 우리사랑>은 딸의 남자와 사랑을 꽃피우게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발랄하면서도 따스한 정서로 그린 작품. 제작비는 10억원으로 충무로 평균제작비(30억원)에 한참 못 미치지만 참신한 소재와 섬세한 연출로 평론가와 소수 관객을 열광케 했다. 오동진씨는 “무너져 가는 한국영화에 희망의 빛을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호평했다.

■ 귀여운 삐딱함이 좋다-<아버지와 마리와 나>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왕년의 전설적 록 가수 태수가 15년 만에 아들 건성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담았다. <휴머니스트>와 <철 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등서 개성 넘친 연출력을 선보인 이무영 감독 작품이다. 민감한 소재 마리화나를 빌어 이 시대 소수자들의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우리 사회의 천편일률적인 시각을 벗어난 귀여운 삐딱함이 매력적”이라며 “인물들에 녹아 든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았다”고 말했다.

■ 포크 대가에 대한 입체분석-<아임 낫 데어>

영화 평론가 심영섭씨는 1960년대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밥 딜런의 생애를 풀어낸 <아임 낫 데어>(감독 토드 헤인스)를 추천했다. <아임 낫 데어>는 케이트 블란쳇과 크리스천 베일 등 배우 6명의 7가지 연기를 통해 밥 딜런을 스크린에 호명한다. 심영섭씨는 “한 사람의 내면을 몽환적인 이미지로 그리면서도 시대의 지형도를 놓치지 않는다”며 “밥 딜런의 음악을 좋아하거나 지적인 관객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말했다.

심영섭씨는 “원작과 감독, 배우 등 영국의 문화적 유산이 제대로 함축된 영화”라며 <어톤먼트>도 상반기 홀대 받은 작품으로 지목했다.

■ 독립영화의 정답-<너를 보내는 숲>

일본 독립영화의 기수 가와세 나오미(河瀨直美)의 <너를 보내는 숲>도 상반기 관객이 놓친 수작으로 꼽혔다. <너를 보내는 숲>은 지난해 제60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작품.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자연 속에서 치유되는 과정을 맑은 시선으로 투영한다. 영화평론가인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누구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감을 느끼게 되는 영화”라며 “독립영화란 이렇게 찍어야 한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환경 다큐멘터리의 힘-<어느날 그 길에서>

영화평론가 홍성남씨는 자동차에 의해 생명을 앗기는 동물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환경 다큐멘터리 <어느날 그 길에서>를 찾아보길 권했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만듦새가 좋았다”는 게 추천 이유. 홍성남씨는 “적은 상영관 때문에 관객들의 접근 자체가 어려워 안타까웠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루마니아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과 프랑스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 서부극 <3:10 투유마>도 꼭 찾아봐야 할 영화로 꼽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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