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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잠깐만! 자고나서 키스하지 마세요”

falcon1999 2008. 12. 18. 09:30
헤럴드 생생뉴스

“잠깐만! 자고나서 키스하지 마세요”

기사입력 2008-12-17 07:31 기사원문보기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뜨니 옆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 부인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얼굴을 맞대고 쪽 뽀뽀를 해준다.’ 입 냄새를 생각한다면 이런 모습은 영화 속 장면으로만 남는 것이 아름다울 듯하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입 냄새로 고민해봤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입 냄새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양말을 씹어 먹었냐”는 다른 사람의 지적이라도 들으면 심한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주변 사람이야 얼굴 한 번 찌푸리는 걸로 넘어가지만, 당사자의 심정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입을 가리고 말하는 버릇이 들거나 대인관계에 소극적일 수 있다. 입 냄새는 왜 생기는 걸까,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고 일어나도…, 배가 고파도… 자연스런 입 냄새=전문가들에 따르면, 입 냄새는 자연스런 생리현상과 관련돼 있다. 누구나 자고 나면 고약한 구취가 나게 마련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의 박민선 교수는 “수면 중 구강 내 침 분비가 줄면서 세균이 증식해 악취가 나는 가스를 유발하고, 침의 산도가 증가해 입안 음식물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냄새가 심한 황화합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침 입 냄새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공복 시나 강도 높은 운동 시에도 입 냄새가 난다. 에너지로 사용해야 할 포도당이 부족해 대신 지방에서 분해된 케톤체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냄새가 발생한다.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원리로 입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마늘, 무, 양파 등 황 성분이 많이 든 음식도 입 냄새를 일으킨다.

나이 든 사람은 침샘 분비 기능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심할 수 있으며, 의치나 치아 보철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음식 찌꺼기가 끼어서 냄새가 더 날 수 있다. 흡연은 자체로 연기 냄새가 고약하며, 입안 혈류를 감소시키고 침을 마르게 해 이차적으로도 냄새를 악화시킨다.

▶치과질환, 비염 등 병적인 원인은 치료받아야 냄새도 사라져=생리적으로 정상적인 냄새와 달리 질병 등의 이유로 냄새가 나는 경우 그 원인은 대부분 입 안에 있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구강내과의 최종훈 교수는 “입 냄새는 90%가량이 구강 내 문제이며, 그중에서도 설태가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설태는 쉽게 말해 혀에 껴 있는 플라크다. 최종훈 교수는 “혀 앞은 움직임이 많고 마찰이 잦아 덜하지만, 혀 뿌리 쪽 3분의 1 부분은 움직임이 덜하고 설유두(맛을 느끼는 돌기)가 크고 울퉁불퉁해 설태가 자주 낀다. 양치 시 구토를 유발하는 부위라 깨끗이 닦지 않는 수도 많다”며 평상시 혀 뿌리 쪽도 깨끗이 닦아야 냄새를 없앨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충치나 치아에 달라붙은 플라크와 치석도 악취를 만들어낸다. 치주염에 동반된 잇몸 고름도 고약한 냄새가 난다. 비염과 축농증이 있으면 코 분비물이 목 뒤로 넘어가서 치즈 냄새와 비슷한 구취를 발생시킨다. 역류성위식도염도 위에서 올라온 냄새가 입 밖으로 퍼진다. 폐렴, 폐종양, 신장염, 간경화 등 중병의 경우에도 특유의 비린내나 암모니아 냄새가 날 수 있다. 모두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냄새가 사라진다.

▶내 입 냄새 알려면 종이컵에 숨을 불어보라=입 냄새를 자각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냄새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인 데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입 냄새를 잘 맡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최영호 가정의학과 과장은 “사람은 자기 입 냄새에 익숙해 남보다 5분의 1 정도밖에 느끼지 못한다. 일회용 종이컵을 코와 입에 바짝 붙이고 숨을 들이쉬어서 냄새를 맡아보면 냄새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호 과장은 원인이 구강 내 질환인지, 다른 질환인지 간단한 방법을 통해 추측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 방법은 사전에 양해를 구한 동료에게 바짝 다가서서 코와 입으로 번갈아 숨을 뱉는 것이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코로 힘껏 바람을 내불었을 때 냄새가 나면 전신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코를 막고 입술을 다문 다음 잠시 숨을 멈췄다가 가볍게 입으로 뱉어냈을 때 냄새가 나면 입안이나 위장계통에서 생기는 입 냄새일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오랫동안 지속되는 입 냄새는 구강 내 질환이나 만성적인 전신질환일 가능성이 높고, 가끔씩 생기는 구취는 역류성위식도질환 같은 위장계통 질병일 수 있다.

▶‘3ㆍ3ㆍ3 양치질’은 기본, 입가심은 커피 대신 녹차로=입 냄새의 치료는 원인을 밝히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선 입안을 청결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 세 번, 식후 3분 이내, 3분 이상 양치질을 한다. 이때 치간칫솔, 잇실, 혀 세정기를 사용해 음식 찌꺼기와 설태를 제거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좋다. 물을 자주 마시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한편 마늘, 양파, 양념이 많이 든 육류 음식 섭취를 줄인다. 식후 커피는 입 냄새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구취 완화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든 녹차를 마시는 편이 낫다.

흔히들 쓰는 구강청정제는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최종훈 교수는 “껌, 은단, 구강청정제로 냄새를 숨기려고 해봐야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냄새가 나는지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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