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jury Time-그간 잊고 지냈던 박지성에 대한 고마움
[축구공화국] 뜻깊은 경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00번째 출장을 기록한 박지성(27)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 100경 출장 기록으로 지난 4년을 돌아볼 수 있어서 더 의미 있는 경기였다. 그리고 그간 잊고 있었던 고마움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박지성이 지난 14일 새벽(한국 시각)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펼쳐진 '08/0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토트넘 핫스퍼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무대에서 100번째 경기 출장을 기록했다. 박지성이 지난 100경기 동안 입고 뛴 유니폼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팀 가운데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것이었다.
불과 4년 전, 이적만으로도 감사하고 우리를 들뜨게 했던 박지성은 100번째 경기 출장이라는 선물까지 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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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경기' 그간 잊고 지냈던 박지성에 대한 고마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이 치르는 100번째 경기를 바라보며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우선 그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끌었던 AC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떠올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경기와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데뷔전 그리고 데뷔골이 연이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최고의 팀에서 베스트 11라는 마지막 과제에 도전하며 또 한 번 성장하고 있는 박지성이 떠올랐다.
박지성이 지난 4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며 성장했듯이,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많이 자랐다. 많은 경기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주전을 차지해야 하는 좀 더 큰 욕심으로 바뀌었고, 주전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근에는 좀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박지성을 향한 우리들의 넘치는 기대라면 기대고, 그를 힘들게 하는 지나친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그런 기대와 욕심이 교차하는 즈음 박지성이 맞이한 100번째 경기는, 그가 차지해야 할 팀의 베스트 11이나 골이라는 것보다 좀 더 중요한 많은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그 중요한 것들이란, 홀로 험난한 프리미어리그의 파도와 맞서 싸우고 있는 박지성에 대한 고마움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힘겹게 달려온 박지성에 대한 기대의 시선이 너무 경직되어 전진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4년 전, 그가 처음 잉글랜드로 향한다고 했을 때의 설렘을 떠올려 보자. TV에서 혹은 인터넷이나 잡지로만 동경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문 가운데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독보적인 강팀이다. 그런 세계적인 팀에 박지성은 입단했고 그 사실 하나에 우리 모두는 경악했고 흥분했다.
하지만, 이후 박지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라이언 긱스라는 최고의 윙 플레이어가 있었고, C.호날두라는 미래가 촉망되는 신예가 있었다. 그 외에도 맨유에 있었던 대단한 선수들의 구성상, 박지성이 그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많은 역할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런 최고의 팀에 가서 벤치 멤버로 있는 것보다는, 조금 약팀이라도 경기에 꾸준히 나설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고, 박지성은 당분간 벤치에 앉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그 속에서 꾸준히 전진했다. 데뷔전을 치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이후에도 박지성은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인정받으며 멈추지 않고 성장했다. 처음에는 긱스와 C.호날두의 충실한 교체 선수로 시작했던 그가, 최근에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긱스의 후계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만으로도 박지성은 넘치도록 성장했고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에 대한 기대가 멈추지 않는 것은 박지성 스스로가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더 이상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를 비난하거나 미워할 순 없다.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역시 크지만, 이번에 그가 치른 100번째 경기를 보며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있게 박지성을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낀 까닭이다.
쉽지 않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0번째 경기를 소화하며 우리에게 또 한 번 자랑스러움을 심어준 박지성. 자만하지 않고, 한눈팔지 않고, 거만하지 않고, 오직 축구 하나에만 열정을 다 받쳐 지금까지 달려온 그에게 진한 고마움을 느낀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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