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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떠나보자! 캠핑, 모닥불 추억 별헤는 낭만

falcon1999 2008. 6. 14. 18:15

떠나보자! 캠핑, 모닥불 추억·별헤는 낭만

기사입력 2008-06-14 02:06 기사원문보기
우리가족 자연 닮아가네

책상 위 달력에 '휴가'라고 쓰고 큼지막하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숙소 예약, 일정 계획, 비용 계산으로 빼곡한 머리 속을 잠시 비워보자. 그리고 굽이굽이 이어진 우리 산천에 점 하나를 찍어보자.

사람과 자동차에 부대끼다 돌아도는 천편일률적인 휴가 계획 대신 올해 여름에는 다른 상상을 해보자. 회색 도시, 번잡한 휴가지는 가라. '캠핑'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과 길 위에서 조우해보자.

■ 머물려 지켜보는 넉넉함이고 싶다

기지개 한번 제대로 못 켜고, 서류철에 코를 박고 움직이는 생활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어느새 중년이란 꼬리표를 달고 군데군데 하얗게 센 머리가 듬성듬성하다. 흙 한번 제대로 밟지 못하고 학원과 학교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가는 아이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이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성냥갑 같은 회색 도심,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고픈 마음은 10대처럼 설렌다.

"어린 시절 어렵게 자라서 그런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했다거나 하는 추억이 별로 없는데, 제 자식들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날만큼은 남편이 요리나 설거지를 대신해주니까 부부 사이도 더욱 좋아질 거예요. 솔가지 흔드는 바람소리, 조약돌 헤집는 물소리, 숲을 깨우는 새소리… 별빛 영롱한 밤 별똥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와요."(양영훈ㆍ여행작가)

자연은 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기대어 쉬는 휴식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풍광과 정취를 그대로 가슴에 담고, 묵묵히 바라볼 줄 아는 여유와 지혜가 생긴다. 실제 캠핑 야영장에 가면 20, 30대보다 가족과 동반 나들이에 나선 40, 50대 '중년 캠퍼'들이 많다. 그들은 여러 곳을 섭렵하기보다 한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한다.

"대학 때 사진 동아리를 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전국으로 출사를 다녔어요. 하지만 그땐 캠핑의 참맛을 몰랐지요. 그냥 행락객이었달까요. 하지만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이제 4계절이 눈에 와서 박혀요. 사람들은 흔히 여름을 캠핑철이라고 하지만 캠핑의 백미는 '스노우 캠핑'(눈 내리는 날의 야영)이에요.

텐트 안에 연통 구멍을 내서 석유난로를 피우는데, 꽝꽝 언 물가에서 실컷 썰매를 타다가 비닐하우스에 막 들어가면 굉장히 따뜻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죠."(안준섭ㆍ그래픽디자이너)

■ 극기의 추억, 아버지의 기억

돌이켜 보면 혈기왕성하던 10대 때의 캠핑은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자연에 기대 쉬기보다 계절과 원시의 한계를 극복해보겠다는 '극기'의 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호기. 한여름 작열하는 아스팔트 위를 걷고 또 걷고, 산중에서 모기에 뜯겨 퉁퉁 부어오른 종아리를 물파스로 쓱 문지르면 밀림 탐험대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던가.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 3명과 청평 계곡에 텐트를 쳤어요. 7월이었나 8월이었나,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데 10여분만에 물이 금방 불어버린 거예요. 텐트 버너 침낭 음식 다 떠내려가고. 정말 죽을 뻔했어요. '무한'(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하하!"(김한수ㆍ회사원)

유년시절의 캠핑은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1970, 80년대 산업역군으로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들과 연례행사처럼 여름철 피서 휴가 를 떠나는 것이 가족여행의 전부였던 시절. 지금처럼 근사한 해외여행은 물론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에서의 숙박도 여의치 않았기에 선택은 늘 캠핑이었다.

"아버지는 강력반 형사였어요. 늘 잠복근무만 하셨던 분이라 휴가라는 게 딱히 없었는데, 아홉 살 때쯤인가 웬일로 무주 계곡에 가족 피서를 간 거예요. 그날따라 밤새 비가 왔어요. 깜박 잠이 들었다 깼는데, 아버지가 텐트 밖에서 혼자 비를 맞고 서 계셨어요. 텐트에 비가 샐까 겹겹이 비닐장막을 치고, 계곡물이 넘칠까봐 밤새 그러고 계셨던 거예요."(이의구ㆍ대학생)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강명석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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