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자! 캠핑, 모닥불 추억·별헤는 낭만
책상 위 달력에 '휴가'라고 쓰고 큼지막하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숙소 예약, 일정 계획, 비용 계산으로 빼곡한 머리 속을 잠시 비워보자. 그리고 굽이굽이 이어진 우리 산천에 점 하나를 찍어보자.
사람과 자동차에 부대끼다 돌아도는 천편일률적인 휴가 계획 대신 올해 여름에는 다른 상상을 해보자. 회색 도시, 번잡한 휴가지는 가라. '캠핑'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과 길 위에서 조우해보자.
■ 머물려 지켜보는 넉넉함이고 싶다
기지개 한번 제대로 못 켜고, 서류철에 코를 박고 움직이는 생활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어느새 중년이란 꼬리표를 달고 군데군데 하얗게 센 머리가 듬성듬성하다. 흙 한번 제대로 밟지 못하고 학원과 학교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가는 아이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이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성냥갑 같은 회색 도심,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고픈 마음은 10대처럼 설렌다.
"어린 시절 어렵게 자라서 그런지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했다거나 하는 추억이 별로 없는데, 제 자식들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날만큼은 남편이 요리나 설거지를 대신해주니까 부부 사이도 더욱 좋아질 거예요. 솔가지 흔드는 바람소리, 조약돌 헤집는 물소리, 숲을 깨우는 새소리… 별빛 영롱한 밤 별똥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와요."(양영훈ㆍ여행작가)
자연은 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기대어 쉬는 휴식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풍광과 정취를 그대로 가슴에 담고, 묵묵히 바라볼 줄 아는 여유와 지혜가 생긴다. 실제 캠핑 야영장에 가면 20, 30대보다 가족과 동반 나들이에 나선 40, 50대 '중년 캠퍼'들이 많다. 그들은 여러 곳을 섭렵하기보다 한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한다.
텐트 안에 연통 구멍을 내서 석유난로를 피우는데, 꽝꽝 언 물가에서 실컷 썰매를 타다가 비닐하우스에 막 들어가면 굉장히 따뜻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죠."(안준섭ㆍ그래픽디자이너)
■ 극기의 추억, 아버지의 기억
돌이켜 보면 혈기왕성하던 10대 때의 캠핑은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자연에 기대 쉬기보다 계절과 원시의 한계를 극복해보겠다는 '극기'의 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호기. 한여름 작열하는 아스팔트 위를 걷고 또 걷고, 산중에서 모기에 뜯겨 퉁퉁 부어오른 종아리를 물파스로 쓱 문지르면 밀림 탐험대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던가.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 3명과 청평 계곡에 텐트를 쳤어요. 7월이었나 8월이었나,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데 10여분만에 물이 금방 불어버린 거예요. 텐트 버너 침낭 음식 다 떠내려가고. 정말 죽을 뻔했어요. '무한'(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하하!"(김한수ㆍ회사원)
유년시절의 캠핑은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1970, 80년대 산업역군으로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들과 연례행사처럼 여름철 피서 휴가 를 떠나는 것이 가족여행의 전부였던 시절. 지금처럼 근사한 해외여행은 물론 호텔이나 리조트, 펜션에서의 숙박도 여의치 않았기에 선택은 늘 캠핑이었다.
"아버지는 강력반 형사였어요. 늘 잠복근무만 하셨던 분이라 휴가라는 게 딱히 없었는데, 아홉 살 때쯤인가 웬일로 무주 계곡에 가족 피서를 간 거예요. 그날따라 밤새 비가 왔어요. 깜박 잠이 들었다 깼는데, 아버지가 텐트 밖에서 혼자 비를 맞고 서 계셨어요. 텐트에 비가 샐까 겹겹이 비닐장막을 치고, 계곡물이 넘칠까봐 밤새 그러고 계셨던 거예요."(이의구ㆍ대학생)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강명석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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