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볼 것/맛&맛집

[스크랩] 평양냉면집, 짱은 어디냐?

falcon1999 2008. 5. 26. 10:06
한겨레

평양냉면집, 짱은 어디냐?

기사입력 2008-05-24 13:26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봉피양·우래옥·평양면옥에 대만족

미식가 4인이 실명비평 별점 매긴 8곳… 휠체어 접근성 대부분 낮아


‘○○방송 △△ 프로그램 전격 방영!’·‘블로거 ◇◇의 맛집 폴더’….

길거리는 방송사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됐다는 문구의 간판으로 넘친다. 인터넷은 블로거의 맛집 소개 정보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들의 평가는 맛과 서비스라는 식당의 본질보다, 신기한 인테리어나 낯선 ‘메뉴 실험’ 등에 주목하기 일쑤다. 수많은 이른바 ‘맛집 블로거’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가운데도 음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분석적인 식당 비평을 펼쳐 보이는 블로거도 있지만, 대부분 “어디가 맛있다더라”는 인상비평에 그친다. 심지어 글보다 사진이 더 많고 식당 연락처 등 최소한의 정보조차 담지 않은 ‘식당 비평’도 많다. 평가라기보다 ‘소개’에 가깝다.

그러나 “전통이나 이름값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는 않는가?”, “허름한 간판에 가려져 있지만 맛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곳이 있는가?”와 같이 소비자들이 정작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소개’가 의미 있을까?

〈Esc〉가 계절보다 조금 일찍 냉면특집 기사를 선보이면서, 처음으로 ‘객관적인 실명비평’을 도입한 이유가 여기 있다. 서울시내의 평양냉면집 가운데 냉면을 특별히 즐기는 미식가 네 사람으로부터 맛과 전통에서 회자되는 8곳의 평양냉면집을 추천받아 평가했다. 맛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기 쉬운 점을 경계해 4명의 평가위원들이 8곳 두루 육수·휠체어 접근성 등 여섯 항목을 조목조목 따졌다. 가격의 경우 단순히 높고 낮음이 아니라 품질대비 적절성을 평가했다. 장애인 배려를 식당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만큼 한국사회가 이미 성숙했다고 판단해, ‘휠체어 접근성’을 한 항목으로 삼았다. 이는 미국 <뉴욕 타임스>의 레스토랑 비평 항목을 본받은 것이다. 음식 칼럼니스트인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경태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장, 강영구 제약회사 이사, 김한석 싸이월드 식도락클럽장 등이 평가를 맡았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봉피양·우래옥·평양면옥에 대만족

미식가 4인이 실명비평 별점 매긴 8곳… 휠체어 접근성에선 대부분 낮은 평가


절대적으로 뛰어난 맛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만화가 허영만은 <식객>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고 말했을 게다. 이 때문에 〈Esc〉도 1등부터 8등까지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최소한의 객관성을 얻고자 부득이하게 평가위원들에게 별점을 매겨달라고 부탁했다.

평가위원들의 총별점을 합산한 결과 봉피양·우래옥·평양면옥이 차례대로 1∼3위를 기록했으나 차이는 매우 작았다. 강서면옥에 대해서는 수십 년 전통의 본래의 맛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수십 년 이상 된 냉면집들이 공통적으로 받았다. 선대에서 2∼3대로 넘어오면서 맛이 변했다는 것이다.

휠체어 접근성 항목에서는 우래옥을 제외하고 모든 냉면집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우래옥은 유일하게 휠체어 경사로는 물론 입구에 휠체어도 구비해 놓았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많지 않은 마당에, “일개 식당에 장애인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 배려가 구호나 리프트 몇 개 설치해 놓고 “할 만큼 하지 않았냐”고 되묻는 형식적 제스처에 그치지 않으려면, 일상에서 공기처럼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이를 평가 항목에 넣은 이유다. 한국이 미국 사회보다 덜 성숙한 사회라고 판단할 특별한 근거도 없었다. (※냉면집 순서는 가나다순)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냉면 평가위원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뢰도 1위' 믿을 수 있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