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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경등산화와 중등산화

falcon1999 2009. 3. 4. 16:56

출처:  http://titicat.egloos.com/1240534

 

경등산화와 중등산화

 

대표적인 아웃도어 스포츠인 등산(Climbing) 또는 레킹(Trekking)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등산화일 것이다. 몇백 마력의 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스포츠 카도 그에 걸맞는 고성능 타이어 없이는 그 성능을 결코 제대로 발휘할 수 없듯이 좋은 등산화의 선택은 굳이 극한의 경우가 아니라도 실로 등산의 성패를 가르기도 하는데, 그만큼 등산화는 일반 운동화류의 신발에 비해 다소 무겁고 투박하지만, 험지에서 탁월한 편의성과 보호 기능을 발휘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신발이므로 야지에서의 보행에는 대단히 필수적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등산화는 긴 역사를 거치며 다양한 첨단 소재와 제작 기술이 적용되어 발전해 왔는데, 근래에는 마치 자동차가 필요에 따라 타이어를 바꾸어 끼우듯 등산 목적과 용도에 맞는 등산화를 선택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아무리 저가의 등산화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그 내구성이나 야지에서의 편의성에서는 일반 운동화보다는 월등히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낮고 험하지 않은 산을 오르거나 짧은 시간에 강도가 약한 아웃도어 스포츠용으로는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저가의 등산화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산을 조금만 다녀도 금방 마주칠 수 있는 상황, 즉 일정 수준 이상의 험지로 나가게 되거나 눈/비 등의 악천후에 직면하게 되면 저가의 등산화는 아무래도 금방 성능의 한계를 노출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언제까지나 초보자인 것은 아니므로 등산과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등산화는 처음부터 중급 이상을 선택해야 오히려 낭비가 없는 경제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등산화의 기본적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두터운 바닥 고무창을 채용해 보행시의 충격 흡수 성능이 우수할 것.
2. 발목에 가해지는 변형을 잘 버텨 주도록 고려해 디자인되어 있을 것.
3. 앞 부분 갑피가 충분히 튼튼해 바위 지형등에서의 충격에도 발을 충분히 보호할 것.
4. 바닥면의 재질이 험지에서의 충분한 그립(Grip)을 얻을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을 것.
5. 고어텍스나 힐텍스 등의 방수/투습 기능 재질이 적용되어 있을 것.
6. 단단히 묶이고 잘 풀리지 않는 끈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을 것.
7. 발에 잘 맞아 착용감이 좋고, 착용시 실제 무게보다 가볍고 편하게 느껴질 것.


이 모든 조건을 한 번에 최대로 만족시키는 등산화는 아마도 없겠지만, 용도에 따라 적절히 만족시키는 등산화들은 얼마든지 있다. 주목할 사항은 저렴한 국산 등산화가 값비싼 외산 제품보다 오히려 우리 한국인들에게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이다. 기본을 갖춘 제품이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이라고 해도 결코 외산보다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편이며, 오히려 한국인의 발 모양에 더 적합한 구조 설계가 적용되어 있고 화강암 바위가 많은 한국 산들의 특성에 더욱 잘 적응하도록 밑창이 잘 디자인되어 있다. 한국은 산이 많고 세계적 산악인도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등산장비의 품질은 매우 좋은 편이다. 그래서 국산 등산화는 일정 인지도 이상의 브랜드라면 충분히 가격 대비 성능을 믿고 구입해도 될 만큼 품질이 좋다고 한다. 중급 이상의 국산 등산화의 가격은 약 10만원대 초반부터 20만원대 초반에서 형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개인 용도에 맞는 것을 구입하면 대부분의 경우 실수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값비싼 등산화를 구입할 필요는 전혀 없다.)


암벽용 등의 특수 목적이 아닌 일반적 용도의 등산화의 분류와 그 특성을 구분해 보자면, 일단 크게 경등산화와 중등산화로 나누어 볼 수가 있겠다.


1. 경등산화 (가죽/섬유 원단 등산화)
(예 : K2 사의 '제퍼' 경등산화)

섬유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죽 소재를 많이 사용해 다소 무겁고 둔탁한 중등산화의 단점을 보완해, 부분적으로 가벼운 섬유 소재를 사용해 제작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등산화이기도 하다. 위 사진과 같이 목이 없어 운동화처럼 생긴 것도 있고, 중등산화처럼 목이 높은 형태로 된 것도 있다. 경등산화는 가볍고 착용감이 우수하며, 그 만큼 신발을 길들이는 시간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물에 젖어도 빨리 건조되며 가격도 중등산화에 비해 저렴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섬유 원단을 많이 사용하는 특성상 험난한 지형이나 장거리 보행에서는 방수성과 내구성에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가벼운 무게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설사면에서의 크램폰(아이젠) 착용이 곤란하고, 등산화의 무게를 이용한 플런지 스텝과 스텝 킥킹 등의 안전 보행 기술도 사용하기 곤란하다. 이런 이유로 경등산화는 당일치기 등의 가벼운 산행이나 단거리 트레킹에 적합하며, 궂은 날씨가 동반되는 산행이나 2박 3일 이상의 장거리 이동용으로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



2. 중등산화 (가죽 등산화)

(예 : K2 사의 '오슬로' 중등산화)


한눈에 위의 경등산화와는 뭔가 좀 듬직해 보이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중등산화는 전체적으로 적은 바느질로 단단하게 가공된 가죽 갑피를 가진 가죽 등산화를 일컫는 것이었다. 가죽은 가공하기에 따라 부드럽거나 딱딱하게, 어느 정도 방수 기능과 통기성도 줄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보온력이 우수하고 바위 지형에서도 내구성이 좋아 등산화용 소재로는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좀더 고도의 기능을 갖추기 위해. 근래에는 가죽의 단점을 보완한 고어텍스 등의 신소재가 다양하게 적용된 첨단 등산화로 발전하였다. 가장 전통적인 중등산화는 발목을 좀더 잘 보호하도록 목이 높고 한층 두껍게 강화된 바닥 밑창과 두터운 앞부분 갑피를 갖춘 형태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비브람(Vibram) 사의 특허 재질로 된 바닥 고무창은 매우 훌륭한 험지 그립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국산 등산화 제작사들의 소재가 좀더 국내의 바위 지형에서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더욱 좋은 성능을 낸다고 한다.)
중등산화는 경등산화보다 더 무게가 나가지만 장거리일수록 그 견고함 외장이 오히려 피로를 줄여주므로 2박 3일 이상의 장거리 산행에서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눈이 쌓여 있거나 빙판, 바위 지형이 산재해 있는 경우 경등산화보다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당일이나 가벼운 산행에서는 상대적으로 무겁고 둔중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더 견고하게 디자인되느니만큼 사용자의 발에 충분히 피트되는데에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본격 산행 전에 더 오랜 시간 '길들이기' 작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등산화는 선택 못지 않게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방수/투습 기능을 가진 고어텍스 재질을 사용한 등산화는 비록 만능은 아니나 신발 내의 수증기를 배출하여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매우 큰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고어텍스 섬유의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번 사용해 오염된 등산화는 가능한 빨리 유지보수 작업을 해 주는 것이 좋은데, 세제를 사용하지 말고 부드러운 천을 미지근한 물에 적셔 원단의 오염을 깨끗이 제거하고(솔로 박박 문지르는 것은 고어텍스 코팅에 그리 좋지 않다.) 바닥면은 치솔 등을 사용해 흙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한 후 그늘에서 잘 말리도록 한다. 가죽인 경우 가죽 보호제를 뿌리거나, 오래된 고어텍스 재질은 방수/투습 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있으므로 방수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한다. 깔창과 끈은 분리해 세탁하고 신발 내부의 먼지도 충분히 제거해 두도록 한다. 장기간 보관하는 경우에는 끈을 착용해 최대한 모양을 유지하여 보관한다.


나는 평소에도 등산화를 자주 신고 도시를 돌아다니는데, 등산화의 디자인도 근래에는 그리 투박하지 않고 걷는 일이 많거나 축축한 날씨에서는 그 어떤 구두나 운동화보다도 실로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등산화는 자신의 몸과도 같은 것이므로, 산에 오르는 일을 좋아하는 이라면 늘 소중히 간수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