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하버드 연구팀, 물분자 추적 뇌신경망 구조 밝혀
중심에 ‘허브’ 존재…“고등기능 연구에 큰 기여”
사람 뇌 안에서 무수하게 얽히고설켜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세포 다발들이 어떤 연결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영상기법이 등장했다.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이용한 기존의 뇌영상은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 뇌의 어떤 부위가 얼마나 활성화하는지 보여주지만, 여러 뇌 영역들의 신호들이 어떻게 연결돼 동시 작동하는지 세세히 보여주진 못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내는 과학기술 비평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달치에서 “미국 신경과학자 밴 웨딘 박사(하버드의대) 연구팀이 뇌 속에서 일어나는 물분자의 운동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는 사람 뇌의 신경섬유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 구조를 세밀히 보여주는 영상기법(DSI)을 새로 개발했다”며 새로운 뇌영상들을 소개했다. 웨딘 박사 등은 새 기법을 건강한 사람 5명의 뇌를 들여다보는 데 적용해 얻어진 연구 성과를 국제 생물학술지 <플로스(PLoS)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요즘 의료와 뇌과학 분야에서 뇌영상을 얻는 데 널리 쓰이는 엠아르아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고, 여기에다 신경세포 안과 밖에서 에너지와 영양을 전달하는 구실을 하는 물분자의 운동을 추적한 데이터를 종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영상을 얻었다.
연구팀은 새 뇌영상 기법을 건강한 사람 5명의 뇌를 측정하는 데 직접 응용했다.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낸 논문에서 이들은 살아 있는 사람 뇌에서 작동 중인 신경회로의 네트워크를 그려 보니 대뇌피질의 여러 부위를 연결해 뇌 기능을 통합·조정하는 중심 기능은 뇌 구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여러 신경망이 한데 모이는 ‘허브’는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 학술지는 논문을 소개하는 글에서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남겼고,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사물의 본질은 사물의 재료로 그 형태를 취한다’고 했듯이,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신경망에서도 ‘기능의 중심’은 ‘구조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새로운 뇌영상은 네트워크 물리학자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자연과 사회의 복잡계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정하웅 카이스트 교수(물리학)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허브’가 지리적으로도 중심에 놓여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며 “최소의 연결비용을 들이면서 잘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허브를 한가운데에 두는 구조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 신경망은 네트워크 연구자들한테도 중요 관심사”라며 “신경세포의 네트워크가 정확히 그려진 건 현재 예쁜꼬마선충의 뇌 정도이지만, 사람 뇌의 신경망을 분석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해상도의 뇌 신경망 영상은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 연구 분야나, 중요한 신경세포 가닥을 피해 가야 하는 정교한 뇌 수술 분야에서, 그리고 뇌 기능이 어떤 부위들의 연합으로 일어나는 네트워크 현상인지 밝히려는 뇌과학 분야에서도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우리가 사과를 보며 ‘사과’라고 인지하는 것은 형상을 지각하는 뇌 부위, 색을 지각하는 뇌 부위, 사과에 관한 옛 기억을 떠올리는 뇌 부위 등이 동시에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어떤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한다는 식의 지식만으론 뇌의 ‘고등’ 기능을 다 이해할 수 없는데 신경섬유 가닥들을 세세히 보여주는 뇌영상이 있다면 이런 뇌 기능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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