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포맷이라고 해도 상업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메이저 레이블들 대다수가 외면한 SACD도 그럴 것이라는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SACD는 여전히 살아 남았다. www.sa-cd.net을 검색하면, 이미 타이틀 수가 5,800종을 넘어섰다. 그 중에는 국제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새 시대의 명반도 적지 않다. 클래식 또는 재즈의 팬이라면 더 이상 이 훌륭한 포맷을 더 이상 외면할 이유가 없다. 이미 즐기기에 충분한 정도의 타이틀이 출시되어 있고, 고품격 레이블에서 속속 좋은 신보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불안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 가장 우수한 포맷이 주는 매력을 맘껏 즐기면 된다. 마냥 기다리기에는 인생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
스테레오이든 멀티 채널이든 제대로 세팅한 기기로 들으면 SACD의 음악성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SACD로 듣는 소리는 그것이 악기이든 목소리이든 음악적으로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DSD 녹음의 독특한 아름다움은 처음 음악을 들을 때 느꼈던 흥분과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더욱이 장시간 음악을 들어도, 음량을 크게 하고 들어도 피로하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은 디지털 매체가 있을까. 아는 분들이 CDP 추천을 부탁하여 오면 늘 SACDP를 선택하라고 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EMM LAB이나 DCS, 에소테릭, 린데만 같은 하이엔드 제품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마란츠만큼 디자인이나 성능, 가격 여러 면에서 고르게 만족할만한 브랜드도 달리 없을 것같다. 나도 마란츠 SA-11S1을 오랜 기간 사용한 인연이 있다. 섬세하고 정교하며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주던 멋진 플레이어였는데, 마란츠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레퍼런스급 최고기종으로 SA-7S1을 만들었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시리즈 2라고 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SA-11S2를 출시한 것. 이 기기를 두고 하이엔드 CDP들과 비교하여 취향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성능 차이는 없다거나, 더 비싼 제품들과도 어깨를 겨룰만하다는 칭찬이 나왔을 정도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은 그 하급기인 SA-15S2. 같은 모델의 시리즈 1을 들어본 일이 없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델타 카시오페아와 유니즌 리서치 S2(뮬러드 메탈베이스 EL34 장착)에 물려 본 순간 이 가격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특징, 즉 충실한 성능을 바탕으로 고품위한 음악적 표현력을 보이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마란츠답다. 맑으면서도 음 전체에 풍성한 윤기가 흐른다. 게다가 중역대가 두터워 단조롭지 않고, 고해상도로 무대의 입체감을 아주 잘 표현한다. 중저역이 깊고 유려하여 소리 전체에 품격을 더한다. 악기들의 질감이 잘 살아나 음이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여전하다. 셈여림(다이나믹)이나 음의 어택과 빠짐도 생생하게 잘 표현한다. 녹음 상태보다는 음반에 담긴 음악에 빠져 들게 하는 힘이 있다.
SA-15S2의 진가는 리마스터링에 큰 공을 들이지 않은 아날로그 녹음이나 초기 디지털 녹음에서 더 극적으로 빛난다. 평소 소리 끝이 거칠어 기존 CDP로는 오래듣지 못하였던 딘 마틴이나 맷 몬로, 줄리 런던의 목소리가 그렇게 고혹적이고 감칠 맛이 날 수가 없다. 만토바니 오케스트라의 캐스게이딩 사운드나 자비에 쿠가의 라틴 음악들이 들려주는 매혹적 음향이 향수에 젖게 만든다. 클래식을 재생하면 더 멋지다. 두터우면서도 맑은 음의 골격과 풍윤한 음의 마무리, 아날로그를 연상시키는 홀톤의 배합이 만들어내는 투명하고 미려한 음향을 통하여 연주자들의 예술혼이 제대로 구현되는 듯하다. 독주든, 실내악이든, 대편성 관현악이든, 음악 그 자체에 빠져 들게 하는 플레이어이다. CD 소리도 훌륭하지만, SACD를 재생하면 풍윤함과 유려함, 자연스러운 공기감, 여백의 아름다움이 더해져 더 음악성이 풍부해지니 이런 걸 금상첨화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고급 전원 케이블을 장착해주면 더 좋아진다. 카다스 골든 크로스로 들었다. [ 최용성 ]
* 마란츠의 최고급 SACD 플레이어인 마란츠 SA-7S1에 대한 평론을 보시려면, http://blog.daum.net/hi_end/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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