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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깃집 테이블에 가위와 집게가 없는 이유는?

falcon1999 2009. 9. 7. 20:48

 

그 집의 고기가 특별히 맛있는 이유는?

 

 

 

한때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고깃집은 부산에 있었다. 이 집의 가격대는 그동안 국내 최고가라는 벽제갈비를 훌쩍 뛰어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말았다. 그 이유를 업소 사장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고기는 최고가 수준이었지만 종업원의 서비스 마인드가 최고수준에 미치지 못했어요.”

 

음식의 맛이란게 전적으로 주방만의 몫이 아니라 서비스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업소는 서비스가 어떻게 고기의 맛을 좌우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홍천산 한우만을 고집하는 임꺽정 외관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연봉리에 소재한 생고기특수부위전문점 임꺽정. 전국한우협회에서 인증한 한우인증점답게 홍천산 한우(거세우)만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날 벽제갈비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지닌 분이 이 집의 고기를 두고서 자기 기준에 가장 으뜸이었다는 자랑이다. 그 분의 안목을 신뢰하는 나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업소를 방문한 날, 그 분의 얘기가 생각나 도우미에게 물었다.

 

"이 집이 홍천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여요?"

“아니요!”

"그럼 강원도에서요?“

“아니요. 전국에서 가장 맛있어요.”

 

 

 

 

△ 사진을 찍자 재빨리 다리를 살짝 포개어 여성미를 강조한 센스^^ 이런 센스와 감각이

서빙에서도 그대로 발휘되었다

 

 

대단한 자부심이다. 설마 전국에서 가장 맛있기야 하겠는가마는 저 정도의 자신감이라면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성 싶다. 메뉴판에는 구이용으로 맛있는 부위는 다 있다. 등심, 토시살, 치맛살, 제비추리, 안창살, 갈빗살, 살치살 등등... 구성을 보니 주인장이 고기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판단된다. 가격은 모두 동일하며 27,000(150g)에 내놓고 있다.

 

 

 

밑반찬은 가짓수로 채우는 집은 아니다. 많이 깔리지 않는 대신에 하나같이 젓가락이 가는 찬들이고 입에 맞아 리필도 여러번 하였다. 강원도답지 않게 간간하지 않고 삼삼한 양념은 더하기 빼기도 없을 정도로 적당하다.

 

 

 

직접 공들여 만들었다는 고추부각은 고기가 나오기 전 맥주안주로도 아주 제격이다.

 

 

 

공장표된장찌개 내놓는 고깃집들이 태반이지만 여기서는 직접 띄운 막장으로 찌개를 낸다. 맛이 좋아 찌개만 놓고서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다.

 

 

 

△ 여사장이 고기를 썰고 있다. 음식이 정갈하다 했더니 주방 바닥에도 물기가 없다.

유의깊게 살펴본 바 조미료도 발견하지 못했다

 

 

 

△ 홍천산 한우와 1+ 이상의 거세우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소소한 숯불

 

 

 

△ 등심과 살치살, 안창살의 구성. 부위별 가격이 동일해서 모둠으로 주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안창살

 

 

 

△ 등심

 

 

 

△살치살

 

 

소소한 숯불에 비해 고기의 질은 출중하다. 이 집의 고기는 1++, 1+ 이상의 양질의 고기를 사용하지만,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두기보다 어떻게 굽는가를 중시 여긴다. 제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제대로 구워 적시에 먹지 않으면 등급의 의미는 없어지니 말이다.그런 의미에서 주인장의 한마디가 명답이다.

 

“우리는 좋은 고기 찾지 말고 제대로 잘 구워 드시라고 말해요.”

 

요즘 고깃집에서 우리집은 투뿔(1++) 이라고 자랑만 늘어놓지 제대로 구워서 먹어야 맛있다고 말하는 업소가 몇이나 될까?

 

아닌게 아니라 대부분의 고깃집 행태는 손님이 최상의 고기 맛을 음미하는데 방점을 찍지 않는다. 일단 빨리빨리 구워 재 주문을 유도하거나 회전율을 높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게 사실 이다. 그렇기에 손님의 먹는 속도는 감안하지 않고 일단 불 위에 최대한 많이 올리는 게 다반사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라보고만 있는 손님의 태도도 문제겠지만.

 

하지만 이 집은 그런 업소와는 멀리 떨어져있다. 매출보다 손님이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서포터하는 것을 중시 여기기 때문이다.

 

 

 

△ 안창살을 굽고 있다

 

 

 

△ 가위와 집게가 보이지 않는다

 

 

 

 

 

△ 고기를 뒤집을때가 되자 도미미가 와서 고기를 뒤집고 있다

  

도우미가 안창살부터 불 위에 얹더니 가위와 집게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지도 않는다. 자기 책임 하에 고기를 굽겠다는 뜻이다. 믿고 일임했다. 역시나 교육과 경험을 살려 타이밍을 잘 맞춘다. 적시에 뒤집는가하면 맛이 가장 상승되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절단해서 맛보라고 한다.

 

 

 

△ 수준급으로 구워진 안창살. 톡톡 터질 것만 같은...

 

 

안창살에는 지방의 거의 없다. 누린내가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선호하는 부위다. 쫄깃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압권으로 고기는 씹는 맛이란 말에 딱 어울린다고나 할까. 안창살은 소 한마리에서 1.5kg(0.85%)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부위이다. 때문에 일부 업소에서는 치맛살의 가장자리 쪽을 안창살이라 속여 팔기도 한다.

 

씹어봤다. 질감이 좋다. 씹을수록 육즙이 그윽하다.

 

 

 

△ 살치살

 

살치살은 고소한 지방이 농축되어 있으면서도 식감도 살아있다.

 

 

 

△ 등심

 

 

다음은 등심. 등심의 두께가 제법이다. 좋은 고기일수록 두텁게, 저급의 고기일수록 얇게 썰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라고 말한다. 좋은 고기는 씹는 맛을 살리고 등급이 낮은 고기는 질기기 때문일 터. 간혹 보면 고기를 제대로 구워먹을 줄도 모르면서 마블링타령만 하는 헛똑똑이들이 있다. 물론 원료의 질도 중요하지만 굽는 기술과 먹는 타이밍이 서툴면 말짱 황이다. 때문에 한 번에 많이 굽지 말고 구워진 고기는 시간을 오래두고 먹어서는 안된다. 등심에서는 잡내가 거의 나지 않아 신선함과 숙성을 제대로 했다는 게 느껴진다.

 

 

 

△ 수정과

 

좋은 고기에 제대로 구웠으니 맛이야 논해 뭐하리. 놀라운 건 지방의 촌이나 다름없는 업소에서 고기에 대한 자부심과 높은 서비스마인드를 지녔다는 것이다. 홍천에 있다는 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

 

 

 

 

 

▽ 막장을 구경했다

 

 

 

 

 

 

 

 

 

 

 

 

 

 

옥호: 임꺽정

전화: 033) 432-9939

주소: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연봉리 284-4 화랑APT앞

 

출처 : 맛있는 인생
글쓴이 : 맛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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